후각AI를 활용한 PRRS(돼지 호흡기 생식기 증후군) 탐지 시스템
후각AI를 활용한 PRRS(돼지 호흡기 생식기 증후군) 탐지 시스템

2025 KAIST GRAFFITI AI 스타트업 해커톤 대상

2025 KAIST GRAFFITI AI 스타트업 해커톤 대상

2025 KAIST GRAFFITI AI 스타트업 해커톤 대상

2025.07
2025.07

해커톤

인터뷰

기획

USED TOOLS

Notion, Figma

2025 KAIST GRAFFITI AI 스타트업 해커톤은 지난 7월 참가했던 행사로, 저에게 있어 가장 큰 비즈니스적 통찰을 안겨준 대회였습니다.

이 행사는 독자적인 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매칭되어,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분야를 구상하고 기술적 진입장벽(해자)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저희 팀은 일리아스AI라는 스타트업과 한 팀이 되었습니다. 이 기업은 전자 코(Electronic Nose) 기술을 기반으로 냄새를 데이터화하여 분석하는 후각 AI 기업이었으며, 저희는 이 기술을 활용해 축산업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Problem

프로젝트 초기, 저희 팀은 문헌 조사와 리서치를 통해 축산업 분야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 중 하나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돼지가 특정 질병에 감염될 경우, 체내 장기의 대사 활동 변화와 특정 미생물의 작용으로 인해 질병마다 고유한 미세 냄새(VOCs)를 발산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아냈습니다.

이에 저희 팀은 전자 코의 후각 센싱 AI 기술을 활용하여 양돈 농가의 아프리카 돼지열병 감염 여부를 조기에 탐지하는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Interview

가설 검증을 위해 실제 축산 농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필수적이라 판단했습니다. 이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명 축산농가의 연락처를 확보하여 전화를 드렸고, 감사하게도 대표님께서 당일 방문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즉시 약 2시간 거리를 운전하여 현장으로 이동했고, 해당 농가의 시스템을 직접 확인하며 심층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결과는 저희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농장주님의 입장에서 전염병의 문제는 저희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 일부 전염병은 돼지에게 치명적이지 않거나, 발병하더라도 상품성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아 굳이 비용을 들여 관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 반대로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같이 치명적인 전염병은 단 한 마리만 발병해도 농장 내 모든 개체를 살처분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어 조기 감지의 실효성이 낮았습니다. 특히 이러한 살처분의 경우 정부 보상금이나 보험을 통해 손실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기에 농가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질병, 돼지 호흡기 생식기 증후군(PRRS) 만은 예외였습니다.


이 질병에 감염된 돼지는 폐사하지 않아 살처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 처리나 비용 보전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감염 시 상품성이 판매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전염성이 강해 인근 돼지들까지 감염시킵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팔지도 못하는 돼지에게 사료값과 관리비만 계속 지출하게 되는 가장 큰 골칫덩어리였습니다.


당시 농장 대표님께서는 저희에게 확신에 찬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혁명입니다. 전 세계 농장에서 사려고 난리가 날 겁니다."

Result

현장의 강력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저희 팀은 즉시 아이템을 피벗팅 했습니다. 기존의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아닌, 농가의 실질적인 고통인 PRRS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후각 AI 센서 솔루션으로 방향을 수정했습니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논리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최종 발표를 진행하였고, 심사위원단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최종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Insight

이 해커톤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첫 번째 충격은 실행력의 힘이었습니다.

보통 유저 인터뷰나 설문 조사를 진행할 때는 섭외 공문을 보내거나 지인을 통해 일정을 조율하는 등 많은 준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작정 전화를 걸고 불과 4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인터뷰를 성사시켰습니다. 예의를 갖추고 꼼꼼히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일단 전화를 걸고 무작정 찾아가는 과감한 실행력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강조하는 실행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두 번째 충격은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의 깊이였습니다.

그동안 진행했던 인터뷰들은 제가 준비한 질문에 상대방이 답변하는 수동적인 방식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저희의 기술만 간단히 소개하고, 농장주님께 본인의 고충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책상 앞에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날카로운 현장의 인사이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실제로 이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진행했을 때, 축산업계와 연이 있는 심사위원분께서도 격한 공감과 반응을 보여주셨으며 투자 문의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함께했던 일리아스AI 대표님께서도 이 아이템이 확실한 새로운 사업분야가 될 수 있다며 실제 사업화를 결정하셨습니다.


KAIST GRAFFITI AI 해커톤은 저에게 있어 책상 밖의 실행력과 정성적 데이터가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